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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NERD

'고양이를 부탁해', 당신에게 권합니다 _ 김동명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 당신에게

모두가 말하는 ‘청춘’이 조금은 버거운 당신에게

2000년대의 느낌과 분위기를 좋아하는 당신에게


과거의 내가 보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오늘의 ‘나’를 피해서 과거의 ‘나’를 떠올려 본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더라. 나의 일상은 누구와 함께 했었지? 그때와 지금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이른다. 다른 시점의 나를 꺼내보면서 내가 누구였는지, 내가 누구인지 애써 찾아보려고 하기도 한다. 나를 잃은 것만 같을 때, 이전과는 다른 나를 자각할 때. 당신에게 ‘고양이를 부탁해’를 권합니다.


태희(배두나)를 보고 있으면,


"너는 꼭 사람들을 널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으로 나누더라?

...누군가가 너를 떠난다고 해서 너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야.”


태희는 뇌성마비 시인의 시를 타이핑하는 봉사활동을 한다. 태희도, 시인도 서로를 좋아한다. 태희는 결국 시인을 떠나게 된다.


내게는 남은 것이 없구나. 한동안 그런 생각을 했었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에그때는 오랫동안 속상했고, 허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누군가에게 남고 싶었던 만큼, 내게도 누군가가 남았기를 기대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내가 다해온 진심에 대한 약간의 보상심리도 분명히 자리했을 것이다. 남은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잃어버리고 놓친 것들을 향한 변명이기도 하다.


태희가 이야기한 것처럼, 떠나고 남는 것으로의 구분은 그냥 본인의 욕심이 아닐까. 남기고 싶고, 남고 싶은 욕심. 영화에서 태희는 시인을 떠났지만 머물러있는 것처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내 곁에 있다고 말할 수는 있지 않을까.


혜주(이요원)를 보고 있으면,

“다른 여직원들은 다 야간대학 다니는데, 혜주씨는 안 가?

...평생 잔심부름이나 하는 저부가가치 인간으로 살 수는 없잖아.”


혜주는 사무실을 한번 둘러본다. 그리고는 혼자 나와서 눈물을 보인다. 퇴근한 혜주는 오락실에 가서 굳은 얼굴로 디디알(DDR)을 하다가 집에 가는 길에 담배를 한 대 피운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남이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재단하는 일은 빈번하다. 혜주처럼, 나는 언젠가부터 나를 향한 그런 평가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하지 않았다. 그 정도쯤이야 어른이 된 내가 견뎌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득, 견디는 게 버거울 때가 있다. 올라오는 감정을 참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 어른이 되었다는 것에 내가 부여한 모든 책임감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평가에 나를 맞추기도 했고, 내가 어떤 사람이어야 했는지 고민했다.


그래서, 혜주의 반응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억지로 기운 내려 하지 않았고, 과도하게 자신을 토닥이지도 않았다. 현실적이고,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모습이어서 좋았다. 버거울 때는 내려놓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일상을 채우고, 잠깐 쉬어가며 ‘나’를 한 번 생각해보기도 하고. 조금 더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내 손에 나를 쥐여주는 것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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