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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NERD

우리 모두의 성장기 _ 최민정

꿈을 포기하는 게 아니야, 그냥 살아가는 거지


프란시스의 삶에서 나는 나를 봤다.


새크라멘토에서 무용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홀로 뉴욕으로 떠나온 프란시스. “진짜 하고 싶은 일 은 있는데, 하고 있지는 않거든요”라는 그의 말처럼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 애인과의 이별, 언제나 함께 할 줄 알았던 친구와의 멀어짐, 이루고 싶지만 이루어지지 않는 꿈은 그를 힘 들게 한다. 설상가상으로 월세까지 밀려 현실의 벽에 다다른 그를 바라보는 것은 심적으로 그리 쉬운 일은 아니였다. 프란시스의 삶에서 나는 나를 봤다. 그가 겪는 모든 일들이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나의 고향을 떠났던 나와 쉽지 않은 세상을 마주하고 있는 현재의 나를 떠오르게 했다. 어딘가에 정착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20대라는 과도기 속에서 프란시스도, 나도, 세상 모든 삶 의 아이러니를 온몸으로 뚫고 지나가야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결말은 뻔할 것이라 생각했다. “27살이지만 17살같은” 철부지같은 프란시스의 생각과 행동들. 무용수로서 자리 잡기가 힘들 것을 예상한 콜린의 애정어린 제안조차 거부하며, 그는 자신의 꿈과 삶을 타협하지 않았다. 세상은 마치 그를 향해 등을 돌린 것처럼 뭐 하나 좋게 흘러가는 법이 없었다. 즉흥적으로 떠난 파리 여행은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비참하기까지 했다. 주변인들은 그를 떠난 것만 같고, 누구 하나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알아주지 않는다. 그의 외로움 이 너무나도 잘 전달되어서 힘들었고, 슬펐다. 그래서, 너무너무 슬펐지만, 난 그가 결국 모든 것 을 다 포기하고, 고향인 새크라멘토로 돌아가버릴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는 다시 행복해 져 있었다. 비록 직접 춤을 추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짠 안무를 성공적으로 무대 위에서 시연 했고,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다시 미소짓고 있었다. 정말, 어느 순간 그렇게 되어 있었다.


‘어쨌든 인생은 흘러간다’ 라는 말. 그 말이 딱 맞았다. 러닝타임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그의 시련들은 어느새 내 머릿속에서 잊혀져 있었다. 웃으며 영화의 모든 엔딩크레딧을 흘려보낸 후, 나는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만 같았다. 하고 싶은 일이 있음에도 막연하게만 꿈꿨고, 그 길이 아 닌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은 마치 인생을 포기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타협’이라는 두 글자가 마치 실패한 인생을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제서야 프란시스를 보고 나 역시 성장기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유일한 길은 아니라는 것. 평생 오른쪽 방향만이 옳다고 생각하 며 살아왔는데, 왼쪽으로 가도, 오른쪽으로 가도 전체 방향은 결국 같다는 것을.


프란시스 할라데이가 프란시스 하가 되어도 여전히 프란시스는 프란시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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