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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NERD

어떻게 살(buy)것인가 _ 김해민

최종 수정일: 2019년 11월 18일

우리 시대에서 어떻게 살(live) 것이냐의 문제는, 어떻게 살(buy)것이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조금 과장해서 사는 행위로 시작돼서 사는 행위로 끝나는 우리들의 하루에서, 무엇을 어떻게 소비하느냐의 문제는 그 사람의 가치나 신념을 가장 잘 보여주게 된다. 따라서 빠르게 흐르는 도시의 습관들을 거부하고 슬로우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한다든지, 간결하고 단순한 미니멀리즘적 삶을 추구한다든지의 것들이 대게 구매와 소비의 방식으로 실천되는 것이다. 필자 또한 매 달 통장 잔고에 마음을 졸이는 과소비의 노예로서, 내가 무엇을 사고 있는지에 대해 고찰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돌아보니 나의 소비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것은 단연코 옷이었다. 그렇게 밥값을 줄여가며 옷을 사는 데에는 별안간 비합리적인 이유가 다 통해버렸고, 말하자면 낭비를 일삼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거치면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적용시켜 조금 더 신중하고 의미 있는 소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근래의 가장 큰 관심사는 환경보호와 동물 인권이다. 마치 ‘제 꿈은 세계평화예요’와 같이 순진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나무의 냄새나 돌고래의 소리와 같이 세상엔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이 많다 느꼈고 그래서 일상에서도 마음이 쓰이는 것들이 더러 늘어나게 되었다. 육식을 줄이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 외에 또 어떤 방법이 있을지 찾아보면서, 변화하고 있는 사회의 수많은 움직임 중에 눈에 띈 것은 패션계의 흐름이었다.


패션은 원유 산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산업이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유행에 민감하고 변화가 빠른 패션의 특성에 발맞춰 트렌드를 즉각적으로 반영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패스트 패션이 크게 성장했는데, 이들 기업은 유행 소비를 부추기며 생산 공정에서 많은 자원을 낭비하고, 수많은 폐기물들이 배출되도록 이끌었다. 조사에 따르면 지금의 추세로 2030년까지 생산될 옷은 1억 200만 톤에 이르며, 일곱 배 가까이 성장한 국내 Spa 패션 시장의 하루 평균 의류 폐기물 양은 32%가 증가했다. 또한 버려지는 옷의 90% 이상이 재활용의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소각장과 매립지로 보내지는데, 폴리에스테르, 나일론과 같은 합성섬유는 물론이고, 천연 소재로 만들어졌더라도 대부분 그 과정에서 화학 처리를 거치기 때문에 소각 시 대표적인 온실효과 가스인 메탄을 발생시킨다. 이에 더해 세계적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의식이 확산되어가면서, 명색이 경계를 허물고 관습을 타파한다는 패션 산업이 눈뜨고 방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의식 있는 패션(conscious fashion)의 움직임은 더 이상 개개인의 선택의 차원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알만한 패션 하우스들,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에서부터 세계적인 디자인 스쿨에 이르기까지 소재 선정이나 제조공정 등에서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고려가 이루어진 의류를 생산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는 구체적으로 생산과정에서 크게 플라스틱 등 폐기물의 업사이클링, 천연소재 제작, 중고의류의 공유 및 재활용의 방식으로 나뉜다. 프라다와 버버리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한 나일론 컬렉션을 선보였고, 폴로 랄프 로렌은 100% 플라스틱 병의 재활용 섬유 만든 ‘어스 폴로(Earth Polo)’셔츠를 공개했다. 암스테르담 패션 인스티튜트(AMFI)의 절반이 넘는 학생이 지난해 ‘지속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했다고 전해 지며, 영국 패션 스쿨 센트럴 세인트 마틴은 ‘바이오디자인(biodesign)’ 석사 수업을 신설했다. 즉,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고 만들어내는 변화의 움직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대의 정신 같은 것으로 작용하고 있다.


필자가 애정 하는 몇몇 브랜드들 또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혹은 앞장서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중 일부를 소개하려 한다.


1. GANN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Ditte Reffstrup와 창립자 Nicolaj Reffstrup 두 부부의 코펜하겐 베이스 브랜드 가니(Ganni)는 전형적인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고정관념을 깨고 편안한 실루엣의, 색감과 패턴의 믹스매치로 무장한 easy-to-wear를 선보인다. 이 브랜드의 주된 모티프는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한 노력으로 가득 찬 패션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시작되어 지속 가능한 생산과정을 통해 실용적인 스타일을 부담 없는 가격을 통해 제공하는 데 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 가니는 20ss 컬렉션에서 1/3을 모두 재생 가능한 소재를 이용해 만들었고, 수영복, 스타킹과 같은 제품들은 모두 재활용된 재료를 통해 생산된다. 또한 가니는 1~3주의 기간 동안 원하는 피스를 대여해주는 ‘Ganni Repeat’이라는 자체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며 ‘Rethink the way you refresh your wardrobe’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실상 가장 효과적인 ‘재생 가능한 소비’는 비(非) 소비라는 점에서, 흔히 허울에 차 근본적인 논점을 흐리고 마는 여타 브랜드들과 다르다고 느낀다. 이들은 매 컬렉션마다 과생산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재생 가능한 패키징을 사용하며, 또한 미국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개장하는 뉴욕과 LA지점의 건물들은 모두 폐자재를 활용해서 지어질 예정이다. 무심한 멋이 뚝뚝 흐르는 이 스타일 좋은 브랜드가 더 나은 나의 옷장과 우리의 세상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모른다. 


2. MARINE SERRE

현시점 여성 패션계에서 가장 핫 한 브랜드 중 하나인 Marin Serre는 파리를 기반으로 하며, 스포츠웨어와 전통의상의 콘셉트를 결합시킨 ‘Future wear’를 선보인다. 특히 마린 세르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모두에게 각인시킨 17fw 컬렉션 ‘Radical Call For Love’에서부터 19Fw의 ‘Radiation’까지 지속적으로 정치적 이슈와 스포츠 문화를 끌어와 이야기하고 있다. 편안하고 실용적인 미래주의에서, 더욱이 빠질 수 없는 것은 환경이라는 키워드이다. 마린 세르는 지속가능성을 직접 실현시키고자 하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new wave’의 주요 인물로서, 18fw 컬렉션의 45%를, 19ss에서는 50%를 모두 버려진 헌 옷을 세척해 새로운 옷으로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들로 만들었다. 특히 일전 G7 정상회담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의해 피력된 기후변화를 위한 패션 협약, ‘패션 팩트(Fashion Pact)’의 흐름에 이어 마린세르의 최근 컬렉션 ‘Marée Noire’은 석유 유출을 연상시키는 새까만 레인코트에, 환경오염과 멸종으로 인한 대재앙의 이미지를 투영하고 있다. 이 컬렉션 또한 재활용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재료와, 바닷조개들로 엮어진 액세서리들을 볼 수 있었다. 더 많은 문화와 다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세계가 직면한 명백한 문제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는 것, 이것이 마린 세르가 나로 하여금 미래를 다시 꿈꿀 수 있도록 해주는 이유이다.


3. Baggu

나는 덜어내는 것에 약하다. 집을 나설 때면 항상 혹시의 경우를 대비해 모든 물건들을 다 챙기는 버릇이 있는데, 노트북, 마실 물, 읽을거리, 화장품 파우치 등등 챙기다 보면 웬만한 어여쁜 가방들은 들 일이 없다. 따라서 실용적인 에코백을 주로 구매한다. 물건을 구매한 뒤 쇼핑백이나 플라스틱 백을 받아야 할 일도 없고, 예쁘기까지 하다면 일석이조인 셈이다. 브랜드 Baggu는 나일론, 천, 가죽 소재로 이루어진 가방 모두 재활용된 재료로 제작하며, 다양한 크기와 패턴으로 폭넓은 선택권을 제공한다.


4. Feng Sway, Bihzahr, Iamthat, Depop

빈티지의 매력은 수없이 많겠지만, 무엇보다 진정한 ‘재생 가능한’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특히 Conscious fashion의 일환으로 빈티지를 사고파는 행위가 의식 있는 행위로 여겨지기도 한다. 필자도 빈티지 의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오래되진 않았지만, 해외에서 직구를 하는 방식으로 즐겨 사고 있다. 빈티지 역사와 인식이 깊은 해외를 기반으로 하는 빈티지 브랜드들은 특색 있는 옷들과 콘셉트를 보유하고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 미적 욕구를 채워 주기도 한다. 

뉴욕 기반 빈티지 셀렉샵 Fengsway: 의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군들도 판매한다. 

Bih Zahr: 전 세계에 배송이 가능하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판매를 운영하고 있다. 

Iamthat: 합리적인 가격대에 심플하지만 개성 있는 스타일을 연출해낸다. 역시 해외배송 가능! 

Depop: 빈티지샵들과 개인 셀러들의 리셀 및 판매로 이루어진 커뮤니티 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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