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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NERD

향수를 느끼게 하는 앨범/노래 _ 강현

'인생 앨범/노래'를 주제로 음악 고수들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힙찔이 강현 (필자 본인)
Jazzyfact, 'Life's Like'
고등학교 때 Jazzyfact-Life's like 앨범을 여러 번 반복재생하면서 공부를 했었다. 그 중에서 '?!.' 라는 곡에서 아직도 기억나는 “겉으로 볼 땐 절대로 못 친해질 사람도, 어느새 내 고민들을 다 알어. 반대로 내 베프같던 앤 철새가 돼, 때가 되자 날 떠나가곤 해” 라는 가사가 당시에 내게 많은 위로가 돼주었다. 학창 시절에는 특히 친구를 사귀는 일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느껴졌었는데,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고민들을 나누고, 사소한 일로 싸우면서 멀어지기도 하는 친구 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었다. 지금 다시 이 노래를 들으면, 여전히 인간관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굳이 피곤하게 노력하는 것보다, 함께 있는 것이 즐겁고 연락을 굳이 안하더라도 멀어지지 않는 친구가 있으면 그만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또 'Vibra' 의 가사를 보면 코러스 부분이 “ Take a little time (slow down) , Take a little time (coll it off) , Take a little time (ease up), Take a little time “ 반복되는데, 수험생 시절에 이 가사를 들으면서 마음을 너무 급하게 먹지말고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면 된다는 마음가짐을 다졌었다.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시험기간에 밤샐 때면 이 노래를 들으면 괜히 여유가 생긴 기억들이 있다. 2019년이 끝나가는 요즘에 이노래를 들으면 오히려 “내가 원했던 난 내 어린 시절처럼 멀어져가. Umm, 내년에 내 나인 25, 잽싼 시간의 후덜덜함 봄은 오고 내 청춘은 도망쳐 “부분이 더 와닿는다.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여유롭게 살고자 하는 이상적인 자아와 졸업 후 취업을 걱정해야하는 현실적인 자아가 충돌하는 3학년 대학생의 고민들에 이 앨범은 깊이를 더한다.

힙스터 류관호
언니네 이발관, '가장 보통의 존재'
누구에게나 집처럼 돌아가게 되는 그런 앨범이 한 장쯤은 있을 것이다. 언니네 이발관 5집 ‘가장 보통의 존재’가 필자에겐 그런 앨범이다. 머릿속에 앨범 특유의 하얀 커버와 날아가는 새가 떠오를 때마다, 앨범을 처음 듣던 어린 시절의 나 자신을 떠올리고, 그 이후로 겪었던 많은 이별과 아픔을 떠올리고, 그러다 조용히 침전한 채 스스로를 마주하곤 한다.
밴드의 리더 이석원이 어느 날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자각한 데에서 시작된 이 앨범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한 이별의 사건에 관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밴드의 말마따나, 반드시 앨범 순서대로 재생해보길 권장한다. 앨범과 동명의 첫 곡인 ‘가장 보통의 존재’부터 펼쳐지는 한 곡 한 곡마다, 밴드 특유의 자조적인 보컬과 이를 둘러싼 다소 리드미컬한 멜로디. 그 괴리감이 처연함과 청각적 쾌감을 동시에 더해준다.
하지만 역시, 이 앨범의 감상은 그 가사를 오롯이 곱씹어 볼 때 완성될 수 있다. “나는 보통의 존재 어디에나 흔하지 / 당신의 기억 속에 남겨질 수 없었지.”, “사랑했다는 말 난 싫은데 / 아름다운 것을 버려야 하네”, “흐르는 물처럼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댈 / 비로소 조금은 알게 되겠죠”, 그리고 “오월의 향기인 줄만 알았는데 넌 시월의 그리움이었어 / 슬픈 이야기로 남아 돌아갈 수 없게 되었네” 등과 같은 아픔이 베여있는, 동시에 또 수려한 가사말이 듣는 이의 귀를, 또 마음을 어루만지곤 한다
아픔은 아프지만, 나쁘지 않다. 슬픔은 슬프지만, 또 나쁘진 않다. 보통의 존재여도 아름다울 수 있다. 무려 십 년도 전에 처음 들었던 앨범을 나는 아직도 마주하고, 여전히 위로받고 있다.

예술가 이원우
페이디(Paiddy), 'Imperfect'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되었다. 초등학생 때 형이 우연찮게 건네준 아이리버 MP3에는 난생처음 듣는 힙합이라는 장르의 음악이 담겨 있었고 그때부터 나는 음악과 떨어질 수 없는 운명이 되었다. 이후 직접 음악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일들을 겪고 우여곡절 끝에 2015년도에 스스로의 앨범을 만들었다. 앨범의 이름은 [Imperfect], 앨범 커버에는 무슨 자신감인지 내 얼굴을 대문짝만 하게 걸었다. 총 9개의 많지도 적지도 않은 트랙에는 당시 1년 동안 내가 느낀 모든 감정이 담겨있다.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친구들과 함께했던 추억, 그 당시 느낀 짝사랑의 감정, 미래에 대한 기대 혹은 두려움 등을 한 앨범에 다 담았다.
이 앨범을 만들기 전, 음악을 하긴 했지만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 남들과 같이 수능을 보고 대학교에 진학하여 평범하게 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나의 꿈을 좇고자 그 평범함을 멈추고 본격적으로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고 앨범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앨범엔 아이러니하게도 평범했던 내 삶들을 담았다. 타이틀곡인‘월드투어’에서는 성공한 사람이 되어 월드투어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담은 주제, ‘토마토주스’에서는 스무 살 때 느낀 숙취와 거기에서 느낀 감정, ‘한강’에서는 친구들과 놀러 갔던 한강을 담았다. 이 작업물들을 다시 들을 때면 그 당시의 장면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곤 한다. 마냥 평범해 보였던 삶을 앨범에 담으니 특별한 추억이 되었고 마냥 평범해 보였던 삶은 이제 그립기까지 하다.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 소속 Claudia Piccoli
James Bay, 'Hold Back the River'
우리 삶의 특정 시간에 우리 모두는 크든 작든 인생을 변화시키는 순간들을 겪는다. 나에게는 그 순간이 네덜란드로 교환학생을 간 경험이었다. 평소에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초조함을 많이 느끼는 편이라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제임스 베이(James Bay)의“Hold Back the River”는 그 당시에 저를 많이 위로해준 노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노래의 모든 가사는 내 교환학생 시기동안의 다른 감정과 연관 지을 수 있다.
Tried to keep you close to me, but life got in between” 우리가 가족, 고향, 친구들과 같은 우리가 심적으로 편안한 부분에서 안주하고 있음을 깨닫고 갑자기 그것을 떠나야만 할때, 이것은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Tried to square not being there, but think that I should have been” 이 같은 비이성적인 두려움 중에서, 나는 가지 않기 위해 변명거리를 찾고자 노력했지만 결국에 가는 수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결정했다.
Hold back the river, let me look in your eyes. Hold back the river, so I can stop for a minute and see where you hide. Hold back the river, hold back” 내가 도착했을 때, 나는 최악의 두려움에 직면하고 당황했다. 나는 외국에서 지내기 위한 준비가 전혀 안됐었고, 매일이 끔찍한 악몽이었다. 그러나 눈치 채지 못한 사이에 천천히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압도적으로 느껴졌던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눈을 마주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내 주위에 있는 것을 오로지 나로서 경험할 수 있었으며, 마침내 진실된 내 자신을 오랫동안 가려온 그림자가 사라지면서 나는 행복해졌다.
“Lonely Water, lonley water won't you let us wander, let us hold each other. Can stop for a minute and be by your side. Let us hold each other” 더 이상 숨기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정도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었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은 매우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고 평생 잊지 못할 두려움과 기억들을 공유하였다.
“Once upon a different life we rode our bikes into the sky. But now we call against the tide. Those distant days are flashing by” 이제 모든 것이 끝나서 뒤돌아보면 통학을 위해 사용한 자전거, 내게 가까이 다가와준 사람들, 이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 엄청난 행운이었음을 느낀다. 그리고 때때로, 그 달콤한 달콤한 순간을 기억하는 것은 나에게 어려운 시간을 붙잡고 계속할 힘이 되어준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인생을 바꾸는 순간을 겪을 수 있다. 그 순간들은 그때마다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이다. 탈출구가 없고, 우리는 최악의 자아에 직면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강을 저지하면 결국 우리는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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